수액(樹液) 약탈 해충관리(1)
가. 수액약탈 해충의 문제
오늘의 세계는 일일생활권이다. 병해충 문제도 그러하다. 이제 어느 한 나라에서 창궐한 병해충 문제가 그 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이웃나라로 급속히 퍼져가는 일일유입권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염병이나 이동성이 강한 해충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전 세계가 감시와 조기진압을 위한 상조(相助)를 해야 한다.
얼마 전 매스컴을 통하여 외국에서 이입된 「선녀벌레」 일종이 고속도로변을 따라 급속히 퍼져나갈 우려가 있다는 보도를 접한 일이 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이입된 해충이 크게 문제된 예는 많다. 대표적으로 1958년 용산구에서 최초 발생하여 50여년 이상 전국의 활엽수를 강타한 흰불나방은 미국에서 이입되었으며,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재선충은 1988년 부산 금정산 일대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영ㆍ호남의 남부지역 소나무와 해송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또 2006년부터 대발생하여 포도생산에 큰 위협을 주고 있는 꽃매미는 동남아에서 이입되었으며, 1953년부터 때때로 전국의 골프장과 목초지에 대발생한 멸강나방은 남중국에서 기류를 타고 비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외국에서 이주(移住, migration)한 해충이 창궐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즉, 새로 이주한 곳의 풍부한 먹이자원, 천적이 없거나 존재하더라도 아직은 억제력이 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해충에 대한 생리ㆍ생태적 지식이 부족하고 방제기술 또한 개발되지 않았거나 개발되었더라도 숙련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종 요인들 때문에 외국이나 다른 지방에서 이입된 해충이 수년간 창궐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천적이나 각종 환경저항력에 의하여 창궐하지 못하거나 발생이 미약하여 방제할 필요가 없는 해충을 잠재해충(潛在害蟲, Potential pest)이라고 한다. 이처럼 어떤 해충이 대발생하지 못하고 잠재화 되는 것은 서식지의 온도, 습도, 기타 생태계의 각종 억제요인, 즉 「생태계의 자정능력」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생태계의 자정능력도 어떤 원인에 의하여 억제요인이 균형을 잃으면 잠재해충은 수시해충(Occasional pest)이 되어 창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리자들은 생태계의 균형유지가 병해충의 대발생을 막는 근본 대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무를 가해하는 해충의 먹이습성은 종에 따라 다르고 피해정도와 가해양상도 다르다. 예를 들어, 잎을 갉아먹는 해충은 몸체가 크고 먹이 찌꺼기와 똥(frass)을 나무 아래로 떨어뜨리는 등 먹이활동이 뚜렷하다.
반면, 잎 뒷면이나 수피가 얇은 가지와 줄기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는 흡즙해충은 대부분이 몸체가 작고 피해가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가시적 증세가 나타난다. 이러한 해충피해는 발견이 늦을수록 수세회복이 어렵고 회복에 소요되는 기간도 길어 때로는 고사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생활사가 짧아 단기간에 많은 세대수가 번식하므로 피해역시 짧은 기간에 심각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조기예찰이 매우 중요하다.
본 호에서는 침엽수류의 수액을 빨아먹는 약탈해충의 종류와 주요 흡즙해충의 생태 및 방제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해충방제에 있어서의 생태파악은 방제적기 판단, 적정약제 선정과 약량계산 등을 가능케 함으로써 방제가를 높이고 나아가 비용절감과 친환경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